다산 부영한의원 남양주 다산동에서 진료 중

갱년기가 지나고부터 몸이 마릅니다

오십 대 중반 여성분들께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갱년기가 지나고 나서 전부 달라졌다. 입이 마르고, 눈이 뻑뻑하고, 피부가 갈라지고, 잠이 안 온다. 병원에 가면 다 정상이라고 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나이 탓이려니 하는데 왜 이렇게 한꺼번에 왔느냐고.

저는 그 물음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씩 왔으면 나이 탓으로 넘어갔을 것입니다. 한꺼번에 온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몸이 마르는 국면에 들어섭니다

몸에는 몸을 적시는 것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진액이라고 부릅니다. 침이 되고, 눈물이 되고, 피부의 기름기가 되고, 관절을 미끄럽게 하는 것이 됩니다.

나이가 들면 이것이 줄어듭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다만 갱년기를 지나는 시기에 그 속도가 한 번 꺾입니다. 천천히 줄던 것이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무렵에 여러 군데가 동시에 드러납니다.

제일 먼저 나타나는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얇고 늘 바깥에 드러나 있는 곳입니다. 입, 혀, 눈, 손바닥, 그리고 점막입니다.

한꺼번에 오는 것들

이 시기에 함께 오시는 증상들은 대개 이렇습니다.

입이 마릅니다. 물을 마셔도 그때뿐이고, 밤에 더합니다. 혀가 갈라지거나 화끈거리기도 합니다.

눈이 건조합니다. 인공눈물을 넣어도 잠깐이고, 오후가 되면 뻑뻑해집니다.

피부와 머리카락이 달라집니다. 손바닥이 거칠어지고, 다리에 각질이 생기고, 머리가 가늘어집니다.

잠이 얕아집니다. 새벽에 깨고, 다시 잠들기가 어렵습니다.

열이 올랐다 식습니다. 얼굴과 가슴으로 확 오르고 땀이 났다가 도로 서늘해집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럽습니다. 검사를 해도 심장에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이것들을 병원에서 말하면 여러 과로 흩어집니다. 치과, 안과, 피부과, 신경과, 순환기내과로 갑니다. 그런데 시작된 시점을 여쭤보면 거의 같습니다.

저는 이것을 한 줄기에서 나온 가지로 봅니다.

화가 얹히면 빨라집니다

같은 나이라도 마르는 속도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오래 쌓인 화입니다.

살면서 참은 것, 삭이지 못한 것, 오래 신경 쓴 것이 몸 안에서 열로 남습니다.

마른 땅에 불을 얹으면 더 빨리 마릅니다.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증상이 심한 분들께 여쭤보면 대개 그 몇 해가 힘드셨던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문제, 부모 병간호, 남편 일, 본인 일자리.

증상을 만든 것은 나이만이 아니라 그 시간이기도 합니다.

갈래를 먼저 나눕니다

같은 갱년기 건조라도 성질이 다릅니다. 나누지 않고 무조건 적시는 약을 쓰면 좋아지지 않습니다.

열이 앞선 경우

얼굴과 가슴으로 열이 확 오릅니다. 밤에 입이 쓰고 눈이 따갑습니다. 잠이 아예 안 오는 쪽이고, 성질이 잘 납니다. 대변이 굳는 편이고 혀가 붉습니다.

이쪽은 적시기 전에 열을 먼저 다스립니다.

비어서 마르는 경우

열이 확 오르기보다 늘 미지근하게 달아 있습니다. 기운이 없고 얼굴에 핏기가 적습니다. 잠은 들지만 얕고 꿈이 많으며 새벽에 깹니다. 땀이 잘 나고, 조금만 움직여도 지칩니다.

이쪽에 열을 내리는 약만 쓰면 더 가라앉습니다. 받쳐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둘은 접근이 거의 반대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나누는 일에 시간을 씁니다. 맥을 보고 체질과 한열을 함께 살핍니다.

이런 경우는 검사를 먼저 받으십시오

갱년기 시기와 겹쳐 있을 뿐 다른 원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에 해당하시면 그 확인이 먼저입니다.

체중이 빠지고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립니다. 갑상선 기능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갱년기 증상과 겹쳐 보여서 놓치기 쉬운 쪽입니다.

입마름과 안구건조가 몇 달 이상 함께 심합니다. 쇼그렌증후군일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 질환이라 류마티스내과 피검사가 먼저입니다.

피로가 심하고 어지럽습니다. 빈혈이나 철분 부족을 확인하십시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도 많습니다. 당뇨 검사가 필요합니다.

기분이 가라앉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건조나 불면보다 그쪽이 앞선다면 정신건강의학과 평가가 먼저입니다.

호르몬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계속 받으시면서 오십시오. 중단 여부는 처방하신 의사와 상의하실 일입니다.

그동안 하실 수 있는 것

물은 한 번에 많이 드시지 말고 조금씩 자주 드십시오. 한 번에 많이 마시면 대개 소변으로 나가고 입은 그대로입니다.

저녁에 매운 것과 술을 줄이십시오. 그날 밤의 열감과 잠에 바로 나타납니다.

잠자리를 서늘하게 두십시오. 두껍게 덮고 주무시면 새벽에 열이 올라 깨십니다.

가벼운 걸음을 매일 하십시오. 다만 땀을 흠뻑 내는 운동은 이 시기에 오히려 더 마르게 합니다.

갱년기니까 참으라는 말은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나가는 시기인 것은 맞지만, 지나가는 동안 덜 힘드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기에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내가 예민해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예민해진 것이 아니라 몸이 얇아진 것입니다. 같은 자극이 그대로 닿으니 더 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입도 눈도 피부도 잠도 함께 흔들리신다면, 네다섯 군데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한 줄기로 놓고 보셔야 합니다.

요약

갱년기를 지나며 입마름·안구건조·피부건조·불면·상열감이 한꺼번에 시작되는 것은 몸을 적시는 진액이 줄어드는 속도가 이 시기에 한 번 꺾이기 때문입니다. 얇고 바깥에 드러난 곳부터 차례로 나타나며, 오래 쌓인 화가 얹히면 그 속도가 빨라집니다. 열이 앞서 마르는 경우와 비어서 마르는 경우는 접근이 반대이므로 먼저 나눕니다. 갑상선 기능 이상, 쇼그렌증후군, 빈혈, 당뇨가 겹쳐 있을 수 있어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확인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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